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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도 대학생 시절 글쓰기 과제: 인간 대화의 기본 메커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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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도 대학생 시절 글쓰기 과제
대학교 1학년 2학기 “사고와 표현”이라는 필수 인문 교양 과목에서 글쓰기 과제가 주어졌다. (2015년도 10월)
글쓰기 주제는 분명 자유였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과거의 나는 심리학, 철학 등 인문학 분야에 대한 글쓰기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그 와중에 글 제목이 “인간 대화의 기본 메커니즘”인 것으로 보아 한창 중2병 가득하던 시절인 것 같다.
“인간 대화”라니 사람들이랑 별로 대화도 많이 안 해봤으면서, 선을 넘어도 많이 넘었다.
근거도 없이 인간사, 세상사에 통달한 듯이 본인의 신념에 기반하여 이것저것 단정 짓던 시절의 글을 거의 10년이 지나 다시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긴하다.
과제 원본에서 그 당시 교수님의 첨삭 내용을 반영하여 옮겨 두었다.
10년 전에 썼던 짧은 글을 옮겨 적으며, 어린 시절 부족했던 글쓰기 소양과 가치관에 대해 회고해본다.

인간 대화의 기본 메커니즘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 / 2015121145 양현호

1. 서 론

필자는 사람들의 대화를 지켜보는 것을 즐겨한다. 그들이 대화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왜 저 사람은 그 말은 해당 시점에서 꺼냈는가에 대해 항상 생각해본다.
왜 대부분의 대화는 수평적 대화보다는 수직적 대화가 되는 것인가?
왜 1:1 대화를 할 때의 모습과 단체 속에서 대화를 할 때의 모습이 달라지는가?
왜 제 3자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하는가?’
등을 생각해보며 이러한 행동들 속에서 사람들 대화의 기본 메커니즘을 파악하기 위한 고찰을 했다.
그 속에서 찾아낸 첫 번째 원리는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이 강자인지 약자인지에 대한 가치의 등급을 매긴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치의 등급이란 교수와 학생의 대화, 선배와 후배의 대화, 부모님과 자식의 대화처럼 신분으로만 매겨지는 가치의 등급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가치의 등급을 매기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마치 한 야생 동물이 처음 자신이 이외의 동물을 만났을 때, 본능적으로 이 동물이 자신보다 강한지 약한지를 판단하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이것은 대화하는 그 순간에 적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평상시의 사회 생활에도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을 처음 만났다면 B의 외모, 직업, 능력, 말투 등을 종합하여 순간적으로 자신이 이 사람보다 높은 가치의 등급을 가지고 있는지 낮은 가치의 등급을 가지고 있는 지를 판단할 것이다.
그 이후 AB 두 사람이 대화를 시작하게 되면 가치 등급의 영향이 나타난다.
그러나 무조건 가치의 등급이 높다는 것을 기준으로 대화를 이끌어가는 주체를 뽑게 되는 것이 아니다.
회사에서 첫 회식을 하거나 학교에서 새로운 동아리에 들어가거나 하면 누구나 한 번씩 ‘저 사람은 말을 걸기 쉬워 보인다.’ 혹은 ‘저 사람은 말을 걸기 어려워 보인다.’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자신이 제어할 수 있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고 제어할 수 없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는 점을 감안하면,
말을 걸기 쉬워 보이는 사람은 자신이 말을 통해서 상대하거나 대화를 통제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을 말하고,
말을 걸기 어려워 보이는 사람은 자신이 말을 통해서 상대할 수 없거나 대화를 통제할 수 없겠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A와 B 두 사람이 대화를 시작한다면 각 개인은 ‘대화하기 쉽다, 어렵다 혹은 편하다, 불편하다.’의 느낌을 얻을 것이다.
여기에서 필자는 가치의 등급에 ‘성벽(Castle Wall)’이라는 이름을 붙여 ‘성벽 이론 (Castle Wall Theory)’을 제안한다.
사람 개개인은 고유의 성벽을 가지고 있고 각 성벽은 서로 다른 높이를 가진다. 성벽의 높낮이는 가치 등급의 높낮이를 뜻한다.
개인은 상대적으로 제 3자에 대한 성벽의 높이를 판단하여 대화 방식을 결정한다. 그러나 정작 본인 성벽의 높이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은 부족하다.
본 글에서 필자가 고안한 ‘성벽 이론’을 바탕으로, 첫 번째 왜 대부분의 대화가 수평적 대화보다는 수직적 대화가 되는가, 두 번째 왜 1:1 대화를 할 때와 단체 대화를 할 때의 모습이 달라지는가, 세 번째 왜 상대방이나 제 3자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하는 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2. 수직적 대화가 많은 이유

대화에는 수평적 대화수직적 대화가 있다.
흔히 친구들끼리의 대화는 수평적, 교수와 학생처럼 신분의 차이가 있는 사람들끼리의 대화는 수직적 대화로 본다.
이것 또한 틀리진 않지만 필자가 말하는 수평 및 수직적의 의미는 앞서 말한 가치 등급의 관점에서 보는 것으로 수평 및 수직적의 의미를 좀 더 세밀하게 바라본다.
일반적인 사람들 특히 친구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학생의 경우, 자신은 평소에 수직적 대화보다는 수평적 대화를 더 많이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눈앞에 있는 상대에 대해서 특별히 상하 관계를 따져가며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벽 이론’에서 바라본다면 우리들의 대화의 대부분이 수직적 대화임을 알 수 있다.
A라는 사람과 B라는 사람이 대화를 시작한다.
우선 이 대화가 그들의 인생에서 첫 번째 대화라고 생각해보자.
대화를 시작하는 순간, 앞서 말한 대로 각 개인은 서로에 대해서 상대적인 가치의 등급을 매기기 시작 할 것이다.
즉, 서로 본인만의 방식으로 상대방에 대한 가상의 성벽을 만들어 낼 것이다.
AB 둘만의 대화이기 때문에 성벽은 성벽A성벽B 두 개가 만들어 진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성벽의 높이는 상대적이며 주관적이라는 것이다.
1.
AB의 성벽을 자신의 것보다 높게 보고 BA의 성벽을 자신의 것보다 낮게 볼 수도 있지만,
2.
AB 모두가 상대방의 성벽을 자신의 것보다 높게 볼 수 있으며,
3.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즉, 한쪽만 대화가 편안한 경우도 있지만 두 사람 모두가 상대방과 대화하기 편하다고 느끼거나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다.
우선 첫 번째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직적인 경우로 볼 수 있다.
AB라는 사람을 상대하기 어려워 할 것이며, ‘말 걸기 어렵다.’ 혹은 ‘무섭다.’가 될 수도 있다.
흔히 친하지 않고 신분적으로 자신보다 위의 사람일 경우 이렇게 느낀다.
반대로 BA의 성벽을 자신의 것보다 낮게 바라보기 때문에 대화를 쉽게 이어나갈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주제로 대화를 이끌어 가거나 자신의 대화에 A가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를 하는 여유도 보일 것이다.
이 때 B가 만일 사교적인 사람이라면, A의 성벽의 높이를 높이거나 본인의 성벽의 높이를 낮추는 작업을 행할 것이다.
그 방법은 A에 대한 칭찬이나 장점에 대한 언급일 수 있고, 본인의 이미지를 친근하게 만들 수 있도록 유머나 단점을 들어내는 행동을 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즉, 상대방의 ‘High Value (이하 HV)’를 드러내거나 본인의 ‘Low Value (이하 LV)’를 드러냄을 통해서 성벽 높이의 조정에 들어간다.
B가 이런 과정을 거듭하면서 자신의 성벽의 높이를 낮추면 A도 점점 대화에서의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수직적 대화가 수평적 대화로 전환 된다는 것은 아니다.
제 3자의 개입 혹은 성벽의 높이에 영향을 주는 외부의 영향이 존재하지 않는 한 둘의 관계는 그 차이가 작을지라도 수직적 관계를 이어갈 것이다.
두 번째는 두 사람 모두가 상대방의 성벽 높이를 자신의 것보다 낮게 바라볼 때이다.
AB와 대화 하는 게 편하고 쉽다.’라고 느낄 것이며 B 또한 A와 대화 하는 게 편하고 쉽다.’라고 느낄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이런 경우의 대화를 제 3자가 바라보면, 두 사람이 수평적 관계에 있는 것이라고 판단하기 쉽다.
하지만 두 사람을 제 3자의 입장에서 관찰하는 것이 아닌 각각 개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AB의 성벽이 자신보다 낮다고, 즉 B는 자신보다 가치 등급이 낮다.’라고 생각할 것이며,
B 또한 A의 가치의 등급이 자신보다 가치 등급이 낮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것은 두 사람이 실제로 수평적 관계인 것이 아니라 수평적 관계인 것처럼 보일 뿐임을 의미한다.
이 경우에 일반적으로 AB 모두 상대방이 자신보다 밑이라고 생각하며 대화 흐름을 제어하려 한다.
이때 상대방이 대화를 제어하려는 것을 자신의 가치 등급에 대한 위협 요소로 판단하여, 자신의 HV를 드러냄과 동시에 상대방의 LV를 드러내려는 대화를 자주 시도한다.
서로가 상대방의 LV를 드러내려는 행동을 하기 때문에 가장 상호간 갈등이 발생하기 쉬운 경우이다.
이때 대화를 잘하는 사람의 경우, 일부러 자신의 LV를 드러내거나 상대방의 HV를 부각 시킴으로써 앞선 첫 번째 경우의 대화 모델을 생성하며 안정적인 수직적 대화가 형성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경우는 두 사람 모두가 상대방을 불편하게 느끼는 경우이다.
서로 불편하다는 말이 이상해 보일 진 모르지만 간단하게 서로가 서로의 가치 등급을 높게 바라보는 경우이다.
일반적으로 유명인사끼리의 대화나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들끼리의 대화가 이 경우에 속한다.
서로가 서로의 성벽 높이가 높음을 인정해주는 관계이다.
AB 모두 상대방의 LV를 드러내면 서로에게 득이 될 것이 없음을 이해하고 있으며 서로의 HV를 드러내는 대화를 한다.
이 경우는 서로 사교적으로 친근해지기 위한 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서로의 성벽을 높여주면서 개인의 이득을 챙기거나 본인들 이외의 사람들로부터 높은 성벽의 이미지를 얻기 위함이 크다.
이 또한 두 번째 경우처럼 수평적 관계로 보일 수 있으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AB의 성벽을 자신의 것보다 높게 생각하며, BA의 성벽을 자신의 것보다 높게 생각하는 수직적 관계에 속한다.
그렇다면 수평적 대화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찾아보기 힘들지만 존재한다.
앞선 3가지 경우처럼 처음 상대방을 만난다면 전부 수직적 대화로 시작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HVLV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자신의 성벽이나 상대방의 성벽의 높이를 조정하면서 점점 수평에 가깝게 조정된다.
그렇다고 모든 수직적 대화가 수평적 대화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연인이라고 해도 서로 수직적 대화를 수평적 대화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성벽 이론’에서 개인은 상대방의 성벽 높이가 자신보다 높은지 낮은 지를 판단할 수는 있지만, 상대방이 자신의 성벽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을 판단하고 있더라도 ‘자신이 수직적 관계에서 위에 있다.’라고 판단했을 때, 그 우위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심도 작용할 것이다.

3. 단일 대화와 단체 대화의 차이

AB는 오늘 단체 미팅이 있다.
약속 장소에 가보니 아직 다른 사람들은 오지 않았고, AB만 같은 장소에 있게 되었다.
AB와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며, 점차 다른 사람들도 약속 장소에 모인다.
그런데 여기서 A둘만 있을 때 B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 태도주변에 사람들이 있을 때 B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 태도가 다름을 느낀다.
이와 같은 일은 아주 일반적이고 당연한 일이다.
1:1 대화와 같은 단일 대화에서의 ‘성벽 이론’은 앞서 소개한 것과 같이 단순한 수직적 대화 모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단체 속에서의 대화는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AB가 둘이 만나서 대화를 한다면 서로 상대방의 성벽 높이만 신경 쓰며 HV, LV를 활용한 대화를 이어가겠지만,
단체의 경우 다수의 성벽들을 신경써야 하며, 외부의 많은 LV로부터 자신의 성벽을 보호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야 하기 때문에 각 개인과의 대화에 완전히 집중할 수 없다. 단체 대화 크게 ‘3인 대화 모형’‘4인 이상 다인 대화 모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3인 대화 모형에서 사람 A, B, C가 대화를 시작한다고 해보자.
이때 대화의 방식은 한 명이 다수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One Speaker (이하 OS)’와 두 명의 대화를 한 명이 관찰하는 ‘One Observer (이하 OO)’로 구분할 수 있다.
OSOO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구성원 모두가 대화에 참여 하는가의 여부이다.
먼저 OS의 경우를 살펴보자. ASpeaker가 된다면 BCA의 발표의 청자가 될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의 소소한 이야기, 최근에 알게 된 정보의 전달 등 A가 어떤 내용으로 말을 하는 지와 관계없이 전체 대화의 주도권이 자연스럽게 A에게 넘어간다.
이때 A 스스로는 자신이 상황을 제어하고 있다는 느낌과 함께 왠지 자신의 성벽이 높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어떤 내용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는가에 따라 BC는 서로 다르게 A의 가치를 판단하게 되고 가자 다른 HVLV를 느낀다.
여기서 상호간 성벽에 대한 높낮이 효과는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ABC와 개인적으로 대화할 때는 자신의 가치 등급을 상대적으로 낮게 판단하더라도, Speaker가 되어버린 상황에서는 우위에 있는 듯한 느낌으로 대화 할 수 있게 된다.
OO의 경우를 살펴보자.
AObserver가 된다면 BC의 단일 대화를 관찰하며 판단하는 위치에 설 것이다.
이 때 BC의 대화는 거의 단일 대화의 경우와 비슷하게 진행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대화의 도중 틈틈이 성벽A의 존재를 신경 쓴다는 것이다.
따라서 BC와 대화할 때 단 둘이 대화를 할 때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대화를 이어간다.
예를 들어 C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LV를 드러내야 좀 더 원활한 대화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성벽A가 높다 라고 판단되면 HV를 드러내며 A의 성벽을 견제하여 추후 A와의 대화도 염두 해둔다.
이번에는 다인 대화 모형 중에서 가장 간단한 4인 대화 모형을 생각해 보자.
사람 A, B, C, D가 대화를 시작한다.
이때 3인 대화 모형처럼 OS의 경우가 발생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서로 짝을 지어 단일 대화를 시작한다.
OS의 경우는 위의 3인 대화 모형과 유사하다 그러나 짝을 지어 단일 대화를 하는 경우에는 장소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
두 사람의 대화를 다른 두 사람이 들을 수 있을 경우와 그렇지 않는 경우이다.
만일 두 사람의 대화를 다른 두 사람이 들을 수 있다면, AB가 둘이 대화 하더라도 그 둘에게는 보이지 않게 성벽C성벽D의 존재를 신경 쓰고, 거기에 맞춰서 OO의 경우와 유사한 행동을 취하게 된다.
대신 이번엔 성벽 두 개의 존재를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좀 더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치게 된다.
두 번째로 두 사람의 대화를 다른 두 사람이 들을 수 없다면 이는 단일 대화와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같은 장소라는 공간만 공유 할 뿐 대화하는 두 그룹은 서로 고립된 위치에 있다.
AB가 대화를 하고 CD가 대화를 한다면 내부적 갈등의 발생이나 외부적 영향이 없다면 안정적인 두 개의 수직적 대화가 생성될 것이다.
3인 대화 모형4인 대화 모형의 경우만 예시를 들어 설명했지만, 여기서 인원이 증가하더라도 확장 시켜 적용할 수 있다.

4. 제 3자를 깎아 내리는 발언의 이유

카페나 휴게실 등 어떤 열려있는 장소에서 사람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많은 사람들이 본인 이외에 상대방이나 제 3자를 깎아 내리는 발언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성벽 높이를 상대적으로 높이기 위해 상대방의 LV를 드러내는 행동을 본인의 HV를 드러내는 행동보다 많이 한다.
여기서 왜 그럴까에 대한 질문은 인간의 원초적인 심리 문제로 볼 수 있다.
개인이 다수의 성벽과 직면했을 때, 개인은 그 성벽들 사이에서 자신의 성벽 높이를 가늠하고 싶어 한다.
자신의 존재적 가치를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A와 B가 대화할 때, 수직적 대화의 3번째 경우처럼 서로의 HV를 언급하며 상호간의 가치를 높여가는 이상적인 대화법도 분명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상대의 가치 등급을 본인 아래에 두고 싶은 마음 때문에 서로의 LV를 들추며 상대방의 성벽 높이를 낮추는 방법을 선택한다.
순자는 ‘천인지분(天人之分=자연과 인간의 구분)’의 개념을 그의 철학사상의 핵심으로 사용했다.
그 개념은 자연의 본능과 인간의 지능을 구분한다는 뜻이다. 순자는 자연의 본능을 본성과 같은 의미로 읽었다.
자연의 본능은 생존의 무기로서 추리 없이 직관적으로 정확하게 에누리 없이 목표를 달성하지만, 그 본능적 생존은 상호 투쟁적이어서 약육강식의 싸움판과 같다.
그래서 순자는 이런 자연을 성악적(性堊的)이라고 읽었다.
인간은 자연적 본능이 희미해서 자연 상태에서는 다른 동물들의 적수가 안 된다.
이것이 인간으로 하여금 지능적 사회생활을 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지능도 본능처럼 이기적이지만, 그러나 그것은 ‘자연적인 본능(性)과 달리 인위적인 것’(僞)이다.
- 김영효, 인간이란 무엇인가?(2), 철학과 현실 72, 철학문화연구소, 2007, pp. 256~257). -
인간의 자연적인 본성이 악해서 LV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순자가 말한 이기적인 인위적 지능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나’‘상대’, 두 개의 가치가 존재한다면,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이 두고 싶고 주변의 여러 성벽들 사이에서 본인의 성벽이 높이 서있길 바라는 욕심이 영향을 미칠 것이다.
LV를 이용하여 상대방의 성벽을 깎아 내리는 것’은 도덕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러한 LV가 넘쳐 나는 세상 속에 살면서, 이 문제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LV는 화자의 목적성에 의해 단순히 성벽을 깎아 내리는 기능 이외에 순기능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A, B, C 세 명의 사람이 대화를 시작한다.
ABC랑 구면이지만, BC는 이번이 첫 번째 만남이다.
BC가 대화하게 되는 OO의 경우에서 수직적 대화첫 번째 경우가 발생했다고 생각해보자.
BC를 쉬워하지만 CB를 어려워 할 때 AObserver로서 그 부분을 알아 챌 것이다.
여기서 AB와 C를 좀 더 빠르게 수평적 대화에 근접하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바로 LV이다.’
B의 성벽을 C대신 ALV를 드러내 깎아준다면, 그 영향으로 CB의 성벽의 내려감을 느끼고 둘 간의 성벽의 높이 차이는 감소한다.
이처럼 LV는 단순히 상대방을 자신의 밑에 두기 위함이 아닌 다른 개인을 위한 방법으로도 사용되면서 원활한 단체 대화의 윤활유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이번에는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자신과 관계없는 제 3자의 성벽을 깎아내리는 경우를 살펴보자.
보통 대화에서는 현재 개인이 신경 쓸 수 있는 범주 내의 ‘성벽’만을 고려한다.
따라서 앞서 ‘성벽 이론’에서 보여진 제 3자의 성벽을 대화 속에서 고려할 필요는 없다.
제 3자의 성벽을 고려하는 이 상황 속에서는 다시 한 번 위의 순자의 이기적 지능을 이야기 할 수 있겠다.
자신의 성벽을 주변의 것보다 높게 하고 싶은 마음은 강하지만 이를 눈앞에 있는 상대방의 LV를 드러내면서 행할 수 없을 때,
또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성벽의 높이를 제 3자의 성벽의 높이와 비교했을 때 보다 높아 보이게 하기 위함이다.
이것은 실질적인 성벽의 높낮이를 조정하는 역할이라기 보다는 개인 스스로가 자기 만족을 위한 행동이다.
가치의 등급에 해당하는 성벽의 높이는 그 사람의 자존감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므로 제 3자의 성벽을 깎아 내리는 듯한 LV를 통해 스스로는 ‘자신의 성벽이 제 3자보다는 높게 있다.’라는 암시를 걸게 되는 것이다.

5. 결 론

지금까지 ‘성벽 이론’을 바탕으로,
왜 대부분의 대화가 수평적 대화보다는 수직적 대화가 되는가, 왜 1:1 대화를 할 때와 단체 속에서의 대화를 할 때의 모습이 달라지는가, 왜 상대방이나 제 3자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하는 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필자는 이 이론을 통한 고찰이 독자들에게 영향을 미쳐, 자신들의 대화가 수직적 대화임을 인지하고, 그 속에서 서로의 이기적 지능을 바탕으로 수평적 대화로의 전환에 힘써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성벽 이론’ 자체가 면밀한 근거 없는 가설이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받아드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가 자신의 존재적 가치의 인정을 바라는 생물이며 그것은 분명 대화에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자신의 존재적 가치의 인정을 추구하는 생물체가 상호간의 의사소통을 통해 그것을 실현할 수 있음을 알았을 때, 분명 그 의사소통 속에는 그 존재의 가치에 상응하는 무언가가 바탕에 깔려있을 것이다.
필자는 대화 속에서 그 가치를 ‘성벽’으로 비유하여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진행했다.
모두가 대화를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닌 내면적 존재 가치의 이기적 지능 관점에서 바라봄으로써, 수평에 가까운 대화를 통해 상호간의 위아래가 없는 진정한 대화를 해보았으면 한다.